생각/pm 11:00 think

[book] 빛나는 ....

마법부리는곰 2009. 5. 19. 18:26

사용자 삽입 이미지

01.
"하지만 다림질은 안해도 돼. 벌써 날이 더우니까."

시트에 다림질을 하는 것은 겨울 동안의 습관이다.
대답이 없어서 나는 수돗물을 잠그고,
다림질은 안 해도 돼, 라고 큰소리로 다시 한번 말했다.
역시 대답이 없다.
돌아보니 쇼코는 부엌 구석에 서 있었다.

"아니, 거기 서 있었어?"
"다림질 하는 게 내 일이라고 했잖아."
절박한 표정으로 쇼코가 말한다.
"더우면, 식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자면 되잖아."
매끈한 시트, 좋아하잖아?
"......음. 그러지 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 필사적이 얼굴이라, 수긍하는 외에 달리 방법이 없었다.
아까까지는 그렇게 당당하던 옆얼굴이 볼품 없이 일그러져 있다.
하얗고, 조그맣고, 연약하다.
다림질을 하러 침실로 들어가는 쇼코의 뒷모습을 보면서,
그녀를 궁지에 몰아 넣고 있는 것은 바로 나라고 생각했다.
너무 슬펐다.

02.
"왜 그래?"
간신히 소리내어 내가 물었다.
"하지만, 변하지 않을 수는 없는거야."
무츠키도 간신히 소리내어 말하는 것 같았다.
"시간은 흐르고, 사람도 흘러가. 변하지 않을 수가 없는 거야."
나는 사정을 이해할 수 없었다.
"왜 갑자기 그런 소리를 하는 거야.
변하지 않을 수 있다고, 그랬잖아.
우리 둘 다 그러고 싶어 하는데, 왜 그럴 수 없다는 거지?"



 

에쿠니 가오리 「반짝반짝 빛나는」中....



 


'생각 > pm 11:00 think' 카테고리의 다른 글

[Book] 탈출, 그리고 안주 - 파피용  (1) 2009.10.10
[book] 말과 말과 말  (0) 2009.05.19
[Book] 위대한 개츠비  (0) 2009.02.28
[Book] 0시를 향하여..  (0) 2008.02.11
[Book] 한나의 선물.  (0) 2008.0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