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우연한 계기로 추천을 받은 책입니다. 어떠한 내용도 몰랐고 심지어 부끄럽게도 빠삐용과 헷갈리기까지 했습니다. 책은 400p에 달하는 분량의 아주 두꺼운 책이었습니다.
이런 책을 이틀만에 읽었다는 것은 제게 너무도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책을 두 번 읽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는다.
보통 책을 읽고 나면 내가 놓친 부분이 있을 지도 모르기 때문에
다시 한 번 더 읽게 된다.
하지만 이런 씁쓸하고도 허전한 내용은 또 읽는다는 것이 두렵기만하다.
마치,
더러워지고 바이러스에 감염된 컴퓨터를 포멧하여 싹 날리고
심지어 드라이브까지 잡아야 하는 귀찮은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내가 욕심이 큰 걸까. 이렇게 쌓아온 인류의 역사를 한 번에 뒤엎고
새로 시작하는 것이 너무 안타깝고 아깝기만 하다.
변화하고자 하지만 다시 제자리 걸음을 하는 모습은 끊임없이 실패하고야 마는 우리네의 인생과 아주 흡사하다. 병속의 벼룩처럼 한계점을 더욱더 높혀간다고 생각하지만 결국은 유리병속이 아닐까?
끝과 끝은 연결되어있다 하던가, 끝은 새로운 시작이라고 하던가.
혁신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위대한 행동이라고 생각하지만 투쟁 또한 인간이 할 수 있는 위대한 행동이라 생각한다.
탈출을 영원히 계속 할 수는 없다.
부패한 삶을 버리고 우주로 도망나온 14만 4천명은 감히 겁쟁이라고 말하고 싶기까지 하다. 인간은 안정된 삶을 좋아한다. 그러나
동시에 변화무쌍한 삶을 추구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후회'라는 단어가 있게 되는 것이다. 앞으로 일어날 일들이 컴컴하기
때문에 불안해 진 것이다.
'어쩌면 떠나지 말았어야 했는지도 몰라' '당신이 이 모든 일을 다 계획해 놓고 이제 와서 떠나지 말았어야 한다니, 말이 돼?' '확신이 없어서 그래. 탈출이라...... 비겁한 짓은 아니었을까?' '그럼 도대체 당신이 생각하는 용기라는 건 뭐지?' '남아서 투쟁하는 것.'
그러나 변화라는 것은 안주된 삶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분명 나를 괴롭히는 어떠한 자극이 있었기에 가능한 행동이다.
그는 예전에 아버지와 나누었던 대화를 떠올렸다. 그는 아버지에게 이렇게 물었다.
'고통을 왜 존재하는 거죠?'
'행동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란다. 불에서 손을 떼게 하려면 고통이라는 자극이 필요한 것처럼 말이다. 희귀병 중에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병이 있단다. 눈으로 확인하기 전에는 상처를 느끼지 못하는 거지. 뜨거운 불판에 손을 올려놓고 있어도 아무렇지 않다가
살이 타는 냄새를 맡고 나서야 비로소 깜짝 놀라는 거야. 이 '무고통'이라는 병에 걸린 사람들은 대부분 오래살지 못하지.'
분명 지금의 나의 삶은 무고통의 상태인지도 모른다. 그렇게 노력했던 나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집과 학교만 옮겨다니는 모습은 내
자신이 고통스러워서 계속 지켜봐줄 수가 없다. 벌써 개강한지 2달째에 접어들고 있지만 나는 어떠한 학문의 길도 걷고 있지 않다.
오히려 그 주변만 맴돌며 남이 하는 노력만 실컷 지켜보고 내가 노력한 양 만족한 것은 아닐까? 무고통이 큰 고통이 되었다.
고민이다.
변화를 하고자 한다.
고통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변화 또한 쉽지가 않다.
'새로운 시도를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세 가지 적과 맞서게 되지.
첫 번째는 그 시도와 정반대로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야.
두 번째는 똑같이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지. 이들은 자네가 아이디어를 훔쳤다고 생각하고 자네를 때려눕힐 때를
엿보고 있다가 순식간에 자네 아이디어를 베껴버린다네.
세 번째는 아무것도 하지는 않으면서 일체의 변화와 독창적인 시도에
적대적으로 반응하는 다수의 사람들이지. 세 번째 부류가 수적으로 가장 우세하고, 또 가장 악착같이 달려들어 자네의 프로젝트를
방해할 걸세.'
의지박약한 사람은 반대 세력에 의해서 쉽게 포기하고 만다. 하지만 진짜 일을 하려면 반대 세력에도 불구하고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프로그래밍 공부를 하고 싶고, 그 일을 추진하고자 하면 사람들은 돈 잘 못버는 직업이라하며 반대하고 나선다. 나는
그래서 긴긴 고민의 시간을 가졌고 지금 그 정체기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다시 포기해 버리려는 의지박약인이 되어 버렸다.
불안해 질 수 있다.
인간은 고통을 느낀다.
그래서 변화를 추구한다.
그리고 변화는 반대세력이 존재하기 때문에 고민을 한다.
그러나 어떠한 선택을 하던지 다른 선택에 대한 동경이 생긴다.
후회가 있다.
결국, 다시 불안해 진다.
가장 생각을 많이 하게 해준 책인 동시에 허무한 감정을 느끼게 해준 책이라 마음이 씁쓸해진다.